저는 두 아이에게 한창 한글을 가르치고 있는 아빠입니다. 어떤 방식으로 한글을 알려주면 더 좋을지 육아 선배들, 부모님들께 여쭤보고, 이런 글, 저런 글을 읽어보며 많은 방법을 적용 중인데요. 요즘 한글공부에 물 오른 첫 째 아이의 모습에 자신감을 얻어 여러분에게 한글 공부하는 방법을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어떤 실수를 조심해야 하는지, 어떤 순서로 알려주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시죠.
한글 공부할 때 하는 흔한 실수 2가지
'ㄱ, ㄴ, ㄷ'부터 시작하는 주입식 교육
이 부분이 사실 저도 가장 고민되는 부분이었어요. 아이들 성향과 발달 정도에 따라 많은 방법이 제시되는데, 우리 아이는 어떤 수준인지, 어떤 방법을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답은 없으니까요. 항상 정답이 없는 문제들이 더 어렵게만 느껴집니다.
저는 저의 6살배기, 첫 째아이에게 처음부터 'ㄱ, ㄴ, ㄷ' 혹은 'ㅏ,ㅑ, ㅓ, ㅕ'의 암기 사항에 대한 강요를 하지 않았습니다. 성인조차 집중력이 15분 이상 되지 않는다고 하죠. 그런데 하물며 아이들은 어떨까요? 한글의 규칙을 알려주려는 마음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초기 단계에 중요한 것은 '관심 끌기'이며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것입니다.
순서 강요하기
위의 내용과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물론, 한글은 자음과 모음이 혼합되는 방식의 글자입니다. 그렇다고 자음을 외우고, 모음을 외우고, 받침을 공부하는 등의 '순서 지키기' 방식은 이제 막 한글을 접하는 아이들에게 스트레스 요인이 됩니다. 제가 어떤 한글 공부 관련 전공을 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점점 한글에 관심을 보이는 아이에게 욕심이 생겨, 첫 째 아이에게 제 나름의 교육 과정을 만들어 적용시켜 본 결과 역효과가 더 심하게 나타났습니다. 한글 자체를 좋아하고, 읽고 싶어 하고, 알아가는 것 자체가 즐겁던 아이는 저의 근거 없는 교육 과정 앞에 거부감을 드러냈습니다. 아이가 더 크고, 제대로 된 교육 방식을 통해 체계를 갖추기 전에는 우리 부모가 무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저는 어떤 시행착오를 거쳐, 첫 째 아이가 한글에 물이 올랐을까요? 아래 내용들에서 본격적으로 그 방법을 공유합니다.
한글 공부 방법 5단계, 이렇게 해보세요!
1단계: 낱말 학습
- 방법: 한글을 모른채로 아이들은 많은 단어들을 익힙니다. 아빠, 엄마, 사과, 물, 과자 등 삶에 필요한 단어들을 성장과정 중에 자연스레 익히게 되죠. 평균적으로 만 2~3세부터 단어들을 익히고, 문장을 말하기 시작합니다. 저는 이때부터 한글 공부를 바로 시작하지 않았어요. 그저 놀이처럼 '단어카드', '스티커' 등을 이용해 한글에 대한 관심을 유도했습니다.
- 핵심: 잘 놀아주어야 합니다. 2가지 이유를 꼽을 수 있겠네요. 첫 번째 이유는 아이와 공감을 통한 유대감 형성입니다. 당연히 밥도 먹고 잠도 자고, 하루종일 시간을 보내는 우리 아이는 부모와 공감대가 생기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저 의식주와 관련된 시간만을 보내고, 놀이 시간 없이 방치되는 아이는 부모와 애착 형성이 되지 않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놀이 과정을 통해 나중에 아이가 지니게 될 습성들이 변할 수 있습니다. 저도 이 부분을 요즘 가장 큰 고민거리로 삼는데요. 내 몸 피곤하다고 보여주기 시작한 태블릿과 핸드폰때문에 아이의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단 30분만이라도, 쉬었다 놀았다를 반복하며 학습한다는 마음으로 놀아주세요. 점점 끈기 있고, 인내심을 가지는 아이의 모습을 마주하게 될 거에요.
2단계: 합성어 학습
- 방법: 이 과정까지는 자연스레 모든 부모들이 할 거라고 생각해요. 저도 뒤돌아보면 의도하지 않게 이런 과정을 지켜왔던 것 같네요. 예를 들어, 아이가 '사과'를 말할 수 있게 되면, 우리 부모들은 나중에 알게 된 '주세요'와 결합해 말할 수 있게 알려줍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한글도 '엄마', '아빠', '우유' 등의 단어(명사)를 알게 되면 그 뒤에 '좋아요', '사랑해요', '맛있어' 등의 표현(동사)과 연결시켜 주세요. 카드놀이도 좋고, 스케치북에 직접 써서 보여주는 것도 좋습니다.
- 핵심: 한글 공부는 결국 표현의 방법 중 하나인 '글자' 익히기에 불과합니다. 아이 교육에 욕심과 관심이 큰 만큼 한글 공부는 부모들에게 어려운 과제일 수 있습니다. 저도 그 과정에서 고민 중인 평범한 아빠이고요. 하지만 결국 한글이 표현의 방법 중 일부라는 것을 깨닫기까지 3년여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그저 아이가 하는 표현에 귀 기울여주고, 그 표현들을 기억해서 아이와 함께 주고받을 수 있게 해 주세요. '아빠, 사랑해'라는 말을 아이가 너무 소중히 생각한다면 글로도 써 보고고 싶어지지 않을까요?
3단계: 형용사와 의성어/의태어 학습
- 방법: 여기서부터는 이제 문장을 형성하는 준비과정에 들어갑니다. 만약 아이의 이름이 '영빈'이라면, 그냥 영빈이가 아닌 '예쁜 영빈이' 혹은 '잘생긴 영빈이'라고 불러주는 거죠. 무의식 중에 아는 것만큼 효과적이고 무서운 게 없죠. 우리가 Apple이 당연히 '사과'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에요.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경우 단어(명사, 주어)는 '부사 + 형용사 + 명사'의 순서로 나열됩니다. 예를 들어, 엄청 뜨거운 라면, 진짜 예쁜 꽃, 굉장히 무더운 날씨 등등 말이에요. 이렇게 주로 단어를 공부하는 아이들에게 부사, 형용사, 의성어, 의태어를 알려주세요. 자연스레 익힌 부사, 형용사가 명사 앞에 놓인 다는 것을 알게 될 거예요. 특히, 형용사, 의성어, 의태어를 표정과 표현으로(기왕이면 크게, 웃기게) 알려주면 아이는 매우 즐거워한답니다.
- 핵심: '치카치카, 이를 닦자.'라는 기계음이 익숙하신가요? 네, 저도 그렇습니다. 이 경우에, 치카치카를 듣게 되면 아이는 양치를 한다는 상황을 떠올릴 수 있죠. 한글 공부는 당장 잘 쓰느냐로 판가름 나지 않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앞으로 겪게 될 국어시간, 문학시간이 과연 한글의 맞춤법에 좌지우지될까요? 절대 아니죠. 다양한 상황, 표현력을 길러주세요. 또한, 더욱 많은 표현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우리 부모들도 공부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어보는 건 어떨까요?
4단계: 문장 학습
- 방법: 어쩌면 한글 공부 과정 중 부모들이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일 거예요. 아이들이 문장을 말하기 시작하면요. 아마 아이들도 그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때부터는 아이들이 보다 더 많은 단어들을 구사하고 있을 거예요. 그 단어들이 어떤 동사로 표현되는지 짧게 짧게 이어주세요. 예를 들어, 우유를 알고 있다면 시원해, 맛있어, 주세요 의 표현을 알려주세요. 짧은 문장이 될 수 있도록 말이에요. 그렇게 두 단어, 세 단어로 문장을 구사할 수 있게 되면, 상호작용이 되는 과정을 스스로 느끼며 아이는 더 많은 표현을 스스로 원하게 됩니다. 그에 맞게 우리 부모들은 많은 대화를 통해 아이에게 다채로운 표현을 알려주면 됩니다. 그리고 대략 이때가 저희 첫 째 아이에게는 만 4살때쯤이었는데요. 이 때부터 스케치북에 한글을 쓰려고 하더라고요. 그런 때가 온다면 기회를 놓치지 말고, 아이와 많은 시간을 함께 앉아서 보내주세요. 저는 아이가 관심을 더 가질 수 있도록 색깔을 바꿔가며, 펜을 바꿔가며 써 보는 시도도 이 때 많이 했네요.
- 핵심: 한글을 막 쓰려고 하고, 단어가 문장으로 바뀌는 순간에는 부모들이 마음먹고 엉덩이를 무겁게 해줘야 합니다. 두 번째 단계에서 행했던 합성어 학습이 이제 한글로 표현되는 시기입니다. 끈기 있게 아이와 한글 쓰기를 반복하며, 단어가 문장이 되는 과정을 스스로 느낄 수 있게 해주어야 합니다. 아이들의 집중력은 정말 혀를 내두를 정도로 짧아요. 달래 가며, 때로는 혼내가며 엉덩이를 무겁게 해주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반드시 우리 부모들의 엉덩이도 무거워져야 합니다.
5단계: 낱자 학습
- 방법: 아이가 낱말, 의성어, 의태어에 이어 문장까지 충분히 익혔다면, 이제 낱자 학습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이미 알고 있는 낱말이나 문장을 낱자로 분해하여 보여주고, 다른 문장에서 같은 낱자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경험시켜 주세요. 어쩌면 처음 해야 할 것 같던 과정이 제일 마지막에 제시되네요. 결국 이해가 동반된 선행 과정을 전제로, 제대로 된 풀이 학습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어러 분도 어떤 새로운 일들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레 익숙해지고 난 뒤에야, 사사로운 과정과 기술들이 이해되신 적은 없나요? 그 방법이 아이들에게도 효과적임을 눈으로 확인하실 수 있을 거예요.
- 핵심: 낱말과 문장을 통해 자연스럽게 낱자를 익히는 것이 핵심입니다. 자연스럽게 된다는 것은 어쩌면 그 전의 고되고 지루한 반복 과정이 전제되었다는 말과 같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여러분이 자전거 타는 방법을 글로 설명하신다면 어떨 것 같으세요? 넘어지면서 핸들이 틀어지면서 느껴지는 일련의 무의식적인 행동들이 글로 모두 표현될까요? 때로는 넘어지고 다치며, 두려움이 자연스러움으로 변하는 과정은 아이들의 한글 공부 과정과 크게 다를 것이 없습니다. 다른 두 문장, 혹은 세 문장을 나열한 후에 낱자가 어떻게 활용되는지 파헤쳐 보게 해 주세요.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아이의 모습에 뿌듯함을 느끼게 되실 거예요.
마무리
아이의 한글 떼기는 단순히 글자를 읽고 쓰는 것을 넘어, 세상과 소통하고 생각을 표현하는 중요한 첫걸음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린 5단계 방법과 흔한 실수를 참고하시어, 아이와 함께 즐겁고 의미 잇는 한글 학습 시간을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춘 흥미로운 활동과 따듯한 격려를 통해, 아이는 한글을 사랑하고 스스로 학습하는 즐거움을 발견하게 될 거예요. "엄마, 아빠! 나 이제 한글 너무 잘 쓰지요?!" 아이의 밝은 목소리를 상상하며, 오늘도 저와 그리고 독자님들의 자녀가 즐거운 한글 공부를 하기를 응원합니다.
아래에는 제가 만 5세, 첫 째 아이와 한글 공부를 하는 놀이에 대해 소개하며 글을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몇 가지 놀이들...
- 저는 아이와 차로 이동할 때는 무조건 '끝말잇기'를 합니다. 처음에는 지겨워하던 아이가 15분, 20분을 참아내고 이제는 간혹 제가 곤란스러운 상황에 다다르기도 합니다. 그냥 '끝말잇기'는 아무래도 어렵겠죠? 저는 아이와 끝말잇기를 할 때, 규칙이 있습니다. 그 중 첫 째는 '서로 알려줄 수 있기'입니다. 당연히 아이가 끝말 잇기를 계속할 수 없겠죠. 아이가 더 많은 단어를 알 수 있게 알려주시고, 그 뜻도 꼭 설명해 주세요. 요즘 저희 아이는 저에게 알려주기도 한답니다. 두 번째는 '모르는 단어 사용 금지'입니다. 간혹 이상한 말을 대며 지고 싶지 않아 할 때가 있어요. 그럴 때는 첫 번째 규칙을 적용해, 새로운 단어를 알려주고 함께 공부하자며 뜻을 이해시켜 줍니다. 점점 실력이 늘고 있는 아이의 모습에 당황하시는 그날까지! 꾸준히 반복해 보세요!
- '한글 자석 놀이'입니다. 집에 큰 화이트보드를 하나 구입했어요. 마침 그때 저희 누나에게 선물 받은 한글 자석 놀이를 통해 지금까지 아이와 잘 놀고 있는데요. 알파벳 자석도 사서 지금은 영어 공부도 하고 있답니다!
- 시대에 순응하기. 핸드폰, 태블릿을 아예 안 할 수는 없죠. 초등학생은 물론, 대학생까지 이제 태블릿과 핸드폰이 없으면 효과적인 교육을 받을 수 없습니다. 저는 그래서 첫 째 아이에게는 태블릿을 보여줄 때, 스스로 한글 검색을 할 수 있도록 알려주고 있어요. 예를 들어, 포켓몬스터 관련 영상을 보고 싶으면 태블릿으로 유튜브 검색창에 포켓몬스터를 직접 입력하게 하는 거죠. 아이는 지켜보면 지켜볼수록 스스로 뭔가를 할 수 있을 때, 어느 때보다 뿌듯해하고 즐거워합니다. 이제는 핸드폰, 태블릿 사용을 받아 들이세요. 대신 스스로 한글로 검색을 할 수 있게 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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